■ AI, 계산과 기억을 넘어 지각과 인지 능력을 정복 혼 박사는 지능(intelligence)을 다섯 층위로 구분했다. 계산과 기억(memory)을 가장 낮은 층위의 지능으로 정의하고, 그보다 높은 층위로 갈수록 지각(perception), 인지(cognition), 창의력(creativity), 지혜(wisdom)에 해당하는 지능의 위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러 문화에서 사람들은 정확한 기억과 빠른 계산 능력을 갖춘 사람을 똑똑한, 지능적인 인물이라고 여겼다. 이 계산과 기억 능력은 CPU와 메모리를 탑재한 최초의 컴퓨터부터 현대에 만들어진 최신 폰까지 인간의 능력을 압도한다. 혼 박사는 "내가 어렸을 때 자란 대만이나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 주판은 중요한 과목이었고 어른들은 이걸로 아이들에게 복잡한 암산을 가르치면서 잘 해내면 '천재'라고 불렀다"며 "그런데 요즘 아이에게 주판을 가르치는 부모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니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집에 전화를 걸지도 못하고 다른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계산과 기억은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작업이고, 우리는 그 면에서 기계를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가 계산과 기억 능력을 얻은 뒤 AI가 발전하면서 뛰어난 지각 능력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각과 청각으로 사물을 느끼는 분야 AI가 지난 2~3년간 급성장했다. 혼 박사는 "AI 세계 르네상스로 컴퓨터가 '발화(speech)'와 '시야(vision)'를 인식케 됐다"고 표현했다. 혼 박사는 "중국 베이징 MS랩에서 2015년말 만들어 공개한 사물인식 모델 '레즈넷(ResNet)'은 기계에게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사물인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준 것으로, 컴퓨터비전 영역에서 일종의 스탠더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르는 사람 얼굴을 기억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범죄 용의자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공항을 통과하는 사람 500명 중 누군지 찾으려 한다면 이런 일은 컴퓨터가 더 정확하게 지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연구 경력 출발점인 발화인식 분야도 마찬가지로 오늘날 대단히 정확해져서, 검색 앱의 MS 코타나,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은 거의 모든 언어 사용 환경에서 아주 정확도 높은 발화인식을 할 수 있다"며 "속기와 같은 작업을 이제 기계가 더 잘 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계산과 기억, 그리고 지각을 사람보다 더 잘 해내는 컴퓨터의 출현을 기분나빠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작업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기계의 존재 덕분에 사람이 굳이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돼 기뻐한다"고 지적했다.
인지 능력은 어떨까. 비즈니스, 금융, 과학, 기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가장 중시되는 활동이 인지다.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을 이해하고, 통찰을 도출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작업이 인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혼 박사는 "인지 AI에서 우리는 표준화된 머신리딩(machine reading)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을 만들었다"며 "스탠포드의 스쿼드(SQuAD)는 텍스트를 읽고 질문에 답하는 능력을 보는 테스트인데, MS AI 모델이 사람의 평균 읽기 능력을 능가하는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인간을 앞서기 시작한 또다른 인지 AI 사례는 통·번역과 중국의 마작 게임이다. 현존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은 수많은 언어쌍을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잘 번역한다. 그리고 MS는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결합해 인간 세계에도 드문 '마작 10단'을 달성한 AI를 개발했다. 혼 박사는 특히 마작이 바둑과 비슷한 경우의 수에 텍사스홀덤 포커처럼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행하고, 여러 판을 묶은 '라운드'의 결과가 누적돼 최종 점수와 보상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마작 10단 AI 개발이 고난도 성취임을 강조한 것이다. ■ "컴퓨터에게는 창의성이 없다…인간 고유 능력" 그런데 창의력은 지능 가운데 상당히 높은 층위에 있다. 연구자들도 창의력의 개념과 속성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이 영역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컴퓨터를 선보이고 있다. 키노트에서 시연된 MS의 AI는 순식간에 수많은 시를 써낼 수 있다. 이를 모은 시집도 발간됐다. AI는 사진을 보고 뽑은 키워드로 시를 쓰고, 멜로디를 지어 작곡을 하고, 그 음악에 맞는 가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악풍을 컨트리, 힙합, 케이팝 등 원하는 스타일로 바꿀 수도 있다. 회화 영역에서도 다양한 사진을 입력하면 그 사진의 윤곽을 놔둔 채 다양한 화풍을 적용해 변형시키는 AI가 나와 있다. 실제 사진의 인물과 배경을 추상주의로 바꾸기도, 인상주의로 바꾸기도 한다. 이런 '스타일 트랜스퍼' 기술은 심층신경망 기반 AI가 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혼 박사는 이를 소개한 뒤 "이런 컴퓨터에 창의성이 있다는 말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서 "다른 이들로부터 이런(특징적인) 부분을 가져와 나만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 이런 새로운 것을 만들고 설명하는 것을 창의력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독일 수학자 가우스가 어렸을 때 교사로부터 받았던 질문을 해결하면서 (1부터 N까지 연속한 자연수 n개의 합을 구하는) 'N(N+1)/2' 공식을 만들었다"며 "제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이처럼 새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능력,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식에서 계산해야 할 수 'N' 값이 엄청 큰 수라면 결과를 얻는 능력은 사람보다 기계가 훨씬 빠르겠지만, 컴퓨터는 인간의 도움 없이 새 알고리즘을 만들 수 없다"며 "기계 혼자 가능하다면 현존하는 모든 세계의 난제를 컴퓨터가 해결할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알파고를 똑똑하다 여겼지만 나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한 번은 이겼다는 것, 아주 똑똑한 컴퓨터과학자들이 만든 알고리즘과 수천대로 구성된 컴퓨터로 빠른 계산이 가능한 컴퓨터를 인간의 뇌 하나로 상대했단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혼 박사는 "사람 대 기계의 계산성능을 비교하면 100만플롭스(FLOPS) 대 수십억플롭스 정도로 컴퓨터가 훨씬 빨라, 알파고든 마작AI든 (사람 대 컴퓨터 구도의 대결 방식 자체는)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라며 "창의성 면에서 컴퓨터는 0이고 인간은 100"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능력 면에서 컴퓨터가 인간과 경쟁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학문적 정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창의력을 넘어 '지혜' 수준으로 넘어가면 현존하는 컴퓨터가 아직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고 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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