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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세계탁구선수권 국가대표 발탁, 이은혜 중국귀화선수의 눈물

by 신바람그릿박사 2020.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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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를 아는 선수' 中귀화 탁구선수 이은혜의 눈물[진심인터뷰]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저작권침해 의사없음,이하동일)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너무 감사해서요."

14일 충북 국가대표선수촌 탁구장에서 열린 부산세계탁구선수권 여자대표팀 선발전, '중국 귀화선수' 이은혜(25·대한항공)는 '난적' 양하은(26·포스코에너지)을 꺾고 '부산행'을 확정짓는 순간 테이블 아래 풀썩 무릎을 꿇었다. 간절한 기도와 함께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눈물의 이유를 묻자 "너무 감사해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저 혼자 해낸 것이 아니라 너무도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걱정해주신 덕분이다.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나직하고 또렷한 한국어로 시종일관 '감사, 감사'를 전했다. 지난 9년의 시련과 노력을 단번에 보상받은 이은혜에게 대한항공 한솥밥 동료 김단비, 지은채, 강다연, 김하영 등 선후배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한마음으로 이은혜의 태극마크를 축하했다.

자타공인 '독종' 당예서, 김경아 대한항공 코치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혔다. 중국 귀화선수로서 런던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이끌었던 당 코치는 "내가 올림픽 동메달 땄을 때보다 훨씬 기쁘다. 지도자가 된 후 가장 큰 보람"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3월 부산세계탁구선수권에 나설 5명을 뽑는 여자대표팀의 선발전은 '무한경쟁'이었다. 1-2차 토너먼트를 통해 3명, 추천을 통해 2명을 뽑기로 했다. 귀화선수는 2명으로 제한했다. 2012년 이후 세계선수권, 올림픽에서 줄곧 기회를 받았던 톱랭커 전지희, 양하은(이상 포스코에너지), 서효원(한국마사회)을 포함, '15세 막내 국대' 신유빈(수원 청명중 졸), '중국 귀화 에이스' 최효주(삼성생명), 이은혜, 실업 에이스 이시온(삼성생명) 유은총(미래에셋대우)까지 '이겨야 사는' 1-2차 토너먼트에 '참전'했다. 1차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최효주가 가장 먼저 부산행 티켓을 따냈다. 2차 토너먼트 준결승에서 각각 양하은, 서효원을 물리친 이은혜, 이시온이 자력진출을 확정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수비전형 서효원과 막내 신유빈이 추천전형으로 발탁됐다. 14일 이은혜가 자력으로 티켓을 확정지음에 따라 귀화선수 2명이 태극마크를 단 상황, 1-2차 토너먼트에서 부진했던 '귀화 톱랭커' 전지희가 낙마하는 최대 이변이 연출됐다.

당예서 코치와 부산세계선수권 티켓을 따낸 최효주, 이은혜, 이시온이 팬들을 향해 하트 포즈를 취했다.

대한항공 탁구단 당예서 코치, 이은혜, 강문수 총감독, 김경아 코치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이은혜는 2011년 내몽고에서 선교사로 일하던 '한국 여자탁구 레전드' 양영자 감독의 권유로 한국행을 택했다. 1가구 1자녀 정책을 고수하던 중국에서 3남매를 낳은 이은혜의 부모는 탁구에 재능 있는 딸을 고심끝에 한국에 보냈다. 이은혜는 안산 단원고에서 선수의 삶을 다시 시작한 열여섯 살 이후 햇수로 10년째 낯선 한국땅에서 눈물만큼의 땀을 흘렸다. 실업리그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은 후 지난해 처음 태극마크를 단 후 무섭게 성장하더니 기어이 부산행 티켓까지 자력으로 따냈다. 소속팀 백전노장 강문수 대한항공 감독은 이은혜의 노력과 투혼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준비가 잘 됐다. 서브와 백핸드의 예리함은 세계무대에서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흐뭇함을 표했다.

양영자 감독 역시 애제자의 쾌거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은혜의 간절함이 통했다. 정말 노력파다. 훈련할 때 보면 걱정될 만큼 몸이 부서져라 모든 것을 쏟는 스타일"이라고 귀띔했다. "문화와 언어가 익숙해지면서 안정감이 생겼고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깨달은 것같다. 특히 포어드라이브가 정말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큰 무대 경험은 부족하지만, 부산세계선수권은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은혜는 "1차 토너먼트에서 효주를 이기고 있다가 막판에 졌다. 좋은 경험이 됐다. 2차 토너먼트에선 누구와 붙든지 더 낮은 자세로 경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경기 충실하게, 연습때 한 기술이 실전에 나오게 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극적인 태극마크의 비결을 설명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정말 힘들었다. 대한항공 선생님, 동료들이 도와주고, 이해해주신 덕분에 오늘같은 기쁨도 있는 것같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거듭 고개 숙였다. "당예서 코치님은 늘 저와 함께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면서 함께해주셨다. 저를 위해 애써주셨다"며 "당 코치님처럼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부산세계탁구선수권 각오는 결연했다. "오늘 하루만 기뻐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한국 탁구 대표로서 더 열심히, 더 충실히 준비하겠다. 준비된 선수에게 좋은 기회가 온다. 준비가 안되면 좋은 기회가 와도 못잡는다. 항상 준비된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태극마크의 의미, 기다림과 감사를 아는 선수, 성실함과 겸손함을 갖춘 '대기만성형 중국 귀화선수' 이은혜의 단단한 각오가 믿음직했다. (진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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